루마니아 중부, 카르파티아 산맥이 품고 있는 도시 브라쇼브는 한국 사람에겐 조금 낯선 도시입니다. 브라쇼브는 중세 유럽의 전통적인 건물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관광지만은 아닙니다. 유럽 각지에서 찾아온 이방인과 나그네들,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입니다. 이 도시에 우리는 화려한 이벤트나 일회성 행사를 꾸미기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묵묵히 섬기는 마음으로 이 땅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영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이들이 오직 복음 안에서 진짜 가족을 이루도록 세워진 국제 갈보리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사역과 청년부 사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년부 모임은 한국 교회의 목장 모임과 닮아 있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나누고, 소소한 게임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함께 하이킹을 떠나 자연 속에서 교제를 나눕니다. 타국 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홀로 남겨지지 않고, 신앙 안에서 서로를 돌보며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밀리는 도자기 작업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공부했던 신학 석사의 배경을 바탕으로 신학적 깊이를 갖춘 통역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우리가 성령안에서 하나되는 사역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흙을 빚고 도자기를 만드는 창작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웃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선교적 접점입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 일상에서 드리는 또 하나의 거룩한 예배입니다. 흙이 오랜 시간 빚어지고 뜨거운 가마의 불을 견뎌내어 단단한 그릇으로 완성되듯, 한 영혼이 복음 안에서 온전히 세워지는 일에도 긴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선교는 세상과 분리된 종교적인 섬이 아닙니다. 삶의 한복판에서 복음의 향기를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에베소서 2:10)
돌이켜보면 우리의 발걸음은 오랜 시간 이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2005년 신대원을 졸업하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루마니아에서 단기선교사로 함께 섬기며 많은 단기팀들을 맞이했습니다. 사역을 거듭하며 단기팀을 일회성으로 받기만 하는 것보다, 우리가 삶의 현장 속에서 이웃들과 깊은 접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선교 철학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교회 사역을 병행하며 2012년까지 도자기 공방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의 도자기 공방에서 수련을 했고, 또 목공도 배웠습니다. 마침내 2012년 루마니아로 돌아와 지금까지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여정이 우리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비록 공방을 통한 자비량의 길을 걷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신 귀한 후원자들의 사랑과 기도가 있었기에 이 자리를 묵묵히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모아 후원해 주시는 동역자들의 섬김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외롭지 않게 마라톤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